사남 김형겸269) 혼서 【병자년(1936)】 四子炯謙昏書 【丙子】 물은 젖은 곳으로 나아가고, 불은 마른 곳으로 나아갑니다. 기질이 서로 맞으면 멀고먼 연나라와 월나라 사람도 뜻을 같이 합니다. 남자가 아내를 얻고, 여자가 집을 가짐은 부모의 바램이라 이웃의 진(秦)나라와 진(晉)나라도 혼인을 맺습니다.이제 전안례(奠鴈禮)의 날을 맞아 공경의 폐백 보내드립니다.생각건대 존하의 둘째 손녀는 대대로 내려온 규중의 의범을 이어받아 평소에 품행이 얌전하고, 타고난 자태에 부인의 덕을 품어 이제 길사(吉士)에 의지할 만하겠습니다.저의 네째 아들 김형겸(金炯謙)은 품격이 고상하지 못하고, 다만 범상한 새[鳳]라 평할 뿐입니다.시(詩)와 예법의 경전 공부에 소홀하였고, 부친의 가정 교육도 원래 못 받았습니다. 그 못 미치는 재주와 품성을 돌아보아, 어찌 금방 좋은 짝을 정할 수 있으리라 하였겠습니까? 외람되이 존하의 가명(嘉命)을 받들게 되었는 바, 이는 또한 크고 길한 하늘의 연분이겠습니다.예법은 고금을 참조하며 선대의 술잔 올리는 의례를 준수하고, 집안 경제의 형편에 맞추어서, 말세의 사치한 풍습을 경계하고자 합니다. 용을 타는 기쁨을 드릴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 부끄러움이 크지만, 사슴 수레로 짝해줄 현명한 덕의 신부를 간절히 바랍니다. 낯 부끄러운 말씀 이렇게 아뢰오니 높으신 눈으로 굽어비춰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水就濕, 火就燥, 聲氣之求雖燕越而同志; 男有室, 女有家, 父母之願遂, 秦晉而結親。 玆値雁朝, 敬將皮幣。 伏惟令第二孫女, 傳閨範於家世, 素有義方, 禀婦德於天姿, 將歸吉士。 澤述之第四子炯謙, 品格庸下, 只合門鳳之題, 詩禮空疎, 元無庭鯉之學, 顧以不侔之才性, 豈圖遽定其配逑? 雖嘉命之猥承, 亦天緣之孔吉。 禮參今古, 遵前輩斟酌之儀, 家稱有無, 戒末俗侈靡之習。 見乘龍之歡喜, 多慙難期, 稱挽鹿之懿賢, 寔切攸望。 腆辭是吿, 尊照伏希。 김형겸 1920년 출생, 자는 극명(克鳴), 호는 근와(勤窩)이다. 부인 진주강씨는 1919년 출생이고, 그 부친은 연은 강채영(蓮隱姜采永)이고, 조부는 강철흠(姜喆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