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천기 【병자년(1936)】 復泉記 【丙子】 정읍군(井邑郡) 망제봉(望帝峯) 아래, 송씨(宋氏)의 묘재(墓齋) 뒤에 샘이 있는데, 샘물이 때때로 흘렀다 그쳤다 하였으며, 또한 일정한 때가 없었다. 봄에 흐르기 시작하면 그치는 시기가 여름이 될지 가을이 될지 겨울이 될지 점칠 수 없었고, 여름이나 가을, 겨울에 흘러도 또한 그러하였으며, 그쳤다가 다시 흐르는 시기도 또한 가까울 지 멀 지 이처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예로부터 묘재 내에 큰 사역(事役)이나 문회(文會)가 있으면 일이 끝날 때를 기한으로 그치지 않고 흘러나와 사용할 물을 공급해 주었으니, 경신년에 묘재를 중수할 때와 병인년에 나와 여러 생도들이 이곳에 머물러 있을 때가 근래에 경험한 일이었다.샘물이 언제부터 흘러나올 지도 모르고, 그치는 날이 언제일 지도 모르지만, 샘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콸콸 끊임없이 솟아나와 샘을 가득 채우고 흘러내렸으며, 그 기운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차가웠으며, 그 맛이 달고 그 무게가 무거웠다. 샘물이 그치려고 할 때에는 그 물이 깨끗하지 않았으며, 겨울에는 따뜻하지 않고 여름에는 차갑지 않았으며, 그 맛이 나쁘고 그 무게가 가벼웠다. 이러한 현상이 모두 기이하게 여길 만하였지만, 일이 있으면 오래도록 멈추지 않는 것이 더욱 신령스러움이 있는 듯하였다.대체로 샘이 흘러나오는 것을 허여하고 그치는 것을 허여하지 않는 까닭에 '복천(復泉)'이라 명명하였으니, 아, 땅에서는 샘물이 회복되는 것을 내가 보았는데, 하늘은 어찌하여 오래도록 운이 돌아오지 않는 것인가? 예를 회복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있으니, 내가 이 샘물을 스승으로 삼아 스스로 힘쓰고자 한다. 井邑郡 望帝峯下, 宋氏墓齋後有泉焉, 水之進退有時, 而亦無定期, 春而進, 則其退之在夏, 秋與冬未可卜, 以夏秋與冬而進, 亦然, 旣退而復進之期, 其久近又復如是.自昔齋中有大事役、大文會, 則限終事不退, 給其資用.庚申歲重修墓齋日、丙寅歲余與諸生留此日, 近事之驗也.其進也, 不知自何, 其退也, 亦不知歸何.旣進則混混不窮, 盈科而流.其氣冬溫而夏冷, 其味甘, 其秤重, 將退也, 則其水不淨, 冬不溫而夏不冷, 其味惡, 其秤輕, 皆可異也.而有事則久不退者, 尤若有靈也.蓋與其進而不與其退.故名之以復泉.噫, 地吾旣見復泉矣, 天胡久不見復運也? 在人之復禮, 則吾欲師是泉而自勖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