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탄 無薯歎 대지의 백성 식량은 날로 어려우나 大地民食日以艱나는 구학125)의 근심을 먼저 끊었네 吾人先切溝壑憂벼 조 기장 피는 원래 분수 아니고 稻梁黍稷元非分밀 보리 팥 콩도 도모하기 어렵네 來牟豆菽猶難謀고구마만이 내 식량으로 적당하니 惟有甘薯宜吾食곡물에 비해서 거두기가 용이하네 比諸穀物容易收봄에 싹 터 여름에 심고 가을에 캐니 春苗夏種秋而採팔뚝만큼 큰 뿌리가 내 집에 가득하네 根大如腕盈我屋생으로 먹든 익혀 먹든 불가함이 없고 生食熟食無不可술 밥 떡을 마음대로 할 수가 있네 酒飯與餠惟所欲줄기는 나물로 잎으로는 국을 만들고 莖爲菜兮葉爲羹넝쿨도 땔감으로 만들려면 말려야 하네 蔓亦爲薪須乾曝청성126)이 이 물건 있는 줄 일찍 알았다면 淸聖早知有此物수양산 기슭에서 고사리 캘 필요 없었으리 不必采薇首陽麓나에게 황무지를 새로 개간한 밭이 있으니 我有荒地墾新田이걸 심으면 풍족한 생활 되기에 넉넉하리 種此優作餘生活그 가운데에 말만큼 커다란 초가집을 짓고 中置草廬如斗大담서실이란 세 글자로 편액을 달았네 扁以三字啖薯室여기서 담소하고 여기에서 먹고 휴식하며 爰是言笑爰食息게로기 먹었던 채옹127)과 짝이 되고 싶었네 蔡翁啖薺擬作匹어찌하여 금년엔 날씨가 너무나 가물었나 夫何今年天亢旱봄에 난 싹이 일찌감치 쑥쑥 자라지 못했네 春苗早已未長茁심은 것이 많지 않은데다가 말라 죽었으니 種不多兮更枯死백지128)에는 부질없이 잡초만 무성해졌네 白地空自草桀桀아, 하늘이 우리들에게 嗚呼皇天於我輩이런 곤궁함을 내리니 얼마나 큰 액운인가 降此窮困一何厄걱정 번뇌가 옥처럼 이룬다129)고 말하지 말라 莫云憂戚庸玉成건어물 가게에서 찾을 신세130)를 어찌하겠나 其如薧魚肆中索요절과 장수함에 의심하지 않을131) 뿐 아니라 除非夭壽無貳心하늘의 처분 기다리며 조용히 숨을 죽이네 俟天處分靜屛息다행히도 그날그날 견디며 살아가다 보면 如幸得過且過也내년에는 그래도 다시 고구마를 먹게 되리 明年猶復此薯食 大地民食日以艱, 吾人先切溝壑憂.稻梁黍稷元非分, 來牟豆菽猶難謀.惟有甘薯宜吾食, 比諸穀物容易收.春苗夏種秋而採, 根大如腕盈我屋.生食熟食無不可, 酒飯與餠惟所欲.莖爲菜兮葉爲羹, 蔓亦爲薪須乾曝.淸聖早知有此物, 不必采薇首陽麓.我有荒地墾新田, 種此優作餘生活.中置草廬如斗大, 扁以三字啖薯室.爰是言笑爰食息, 蔡翁啖薺擬作匹.夫何今年天亢旱? 春苗早已未長茁.種不多兮更枯死, 白地空自草桀桀.嗚呼皇天於我輩, 降此窮困一何厄?莫云憂戚庸玉成, 其如薧魚肆中索.除非夭壽無貳心, 俟天處分靜屛息.如幸得過且過也, 明年猶復此薯食. 구학(溝壑) 시궁창과 산골짜기로,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는 것을 형용하는 말이다. 청성(淸聖) 깨끗한 성인(聖人)이라는 뜻으로, 백이(伯夷)를 가리킨다. 《맹자》 〈만장 하(萬章下)〉에 이윤(伊尹)ㆍ백이(伯夷)ㆍ유하혜(柳下惠)ㆍ공자(孔子)의 행적을 열거하면서, "이윤은 성인 중에 천하를 구제하기로 자임한 자이고, 백이는 성인 중에 깨끗한 자이고, 유하혜는 성인 중에 화(和)한 자이고, 공자는 성인 중에 때에 알맞게 행한 자이다.〔伊尹聖之任者也, 伯夷聖之淸者也, 柳下惠聖之和者也, 孔子聖之時者也.〕" 하였다. 게로기 먹었던 채옹(蔡翁) 송(宋)나라 유학자 채원정(蔡元定)이 서산(西山)에서 공부할 적에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하여 게로기를 캐어 먹었던 일을 말한다. '제(薺)'는 제니(薺苨) 혹은 게로기라고도 하는데, 사삼(沙蔘)과 비슷한 다년생 식물이다. 《송사(宋史)》 〈채원정열전(蔡元定列傳)〉에 "서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배고픔을 참고 게로기를 캐어 먹으며 글을 읽다가, 주희의 명성을 듣고는 그를 찾아가서 스승으로 섬기고자 하였다. 주희가 그의 학문 실력을 시험해 보고는 크게 놀라면서 '이 사람은 나의 오래된 벗이라고 할 것이니, 제자의 반열에 두어서는 안 된다.'라고 하였다.〔登西山絶頂, 忍饑啖薺讀書, 聞朱熹名, 往師之. 熹扣其學, 大驚曰: 此吾老友, 不當在弟子列.〕"라는 기록이 나온다. 백지(白地)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거두어들일 것이 없게 된 땅을 말한다. 걱정……이룬다 고난과 시련을 통해 사람이 옥처럼 훌륭하게 완성된다는 말이다. 송(宋)나라 장재(張載)의 〈서명(西銘)〉에, "빈천과 우척은 너를 옥처럼 다듬어 완성시키는 것이다.〔貧賤憂戚, 庸玉汝於成也.〕" 하였다. 건어물……신세 현재의 곤경을 해결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말한다.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붕어 한 마리가 수레바퀴 자국의 고인 물에 있으면서 길 가는 장주(莊周)에게 한 말이나 한 되쯤 되는 물을 가져다가 자신을 살려줄 수 있겠느냐고 하므로, 장주가 장차 오월(吳越) 지방으로 가서 서강(西江)의 물을 끌어다 대주겠다고 하자, 그 붕어가 화를 내며 "나는 지금 당장 한 말이나 한 되쯤의 물만 얻으면 살 수 있는데, 당신이 이렇게 엉뚱한 말을 하니 일찌감치 나를 건어물 가게에서 찾는 것이 낫겠다.〔吾得斗升之水然活耳, 君乃言此, 曾不如早索我於枯魚之肆.〕"라고 한 내용이 보인다. 요절과……않을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보이는 말로, "마음을 보존하여 성(性)을 기르는 것은 하늘을 받들어 섬기는 일이고, 일찍 죽고 오래 사는 것에 의혹을 품지 않고서 몸을 닦으며 기다리는 것은 천명을 세우는 일이다.〔存其心, 養其性, 所以事天也; 夭壽不貳, 修身以俟之, 所以立命也.〕"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