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졸 여중 이 나의 시 〈선사휘신〉에 차운한 절구 8수에 화답하다 和百拙【汝重】次拙詩《先師諱辰八絶》 곡조 높아 양춘곡39)에 화답하기 어려우니 調高難見和陽春온 세상에는 하리파인곡40)만 분분하네 擧世紛紛下俚人이 학문도 예로부터 이와 같았으니 此學從來亦如此조그만 사욕 다한 곳에 큰 지혜가 새로우리 纖私盡處大知新큰 지혜는 원래 천추에 드물지만 大知元是罕千春보통 지식은 어찌 몇 사람 없는가 常識如何無幾人다만 마음속에 조그만 사물이 있어서 只爲心中些有物옛것을 씻어 새것을 맞지41) 못해서라네 不能濯舊以來新맹자는 가을 숙살지기 안자는 봄기운 지녀42) 子輿秋殺子淵春천고토록 함께 아성으로 추대되었네 千古幷推亞聖人인보다 의를 높인 건 쇠한 세상에 대한 뜻이니 義尙於仁衰世意선현의 견식에서 문득 새로운 것을 알리라 前修見識却知新화도에는 해마다 풀이 절로 봄빛인데 華島年年草自春선생은 어찌 돌아오지 못한 사람 되었나 先生胡作未歸人오늘날 구원에서 만일 살려낼 수 있다면 九原如起而今日북을 울려 문장에서 내치라는 호령 새로우리43) 鳴鼓揮墻號令新발을 다쳐 부모 마음 상하게 함을 자춘이 걱정했으니44) 傷足傷親憂子春스승과 어버이는 본디 똑같은 사람이네 師親自是一般人곧장 스승의 도가 온전한 모습을 상하게 되었는데 直將師道傷全體어찌 개과천선45)하여 스스로 새로워지길 생각지 않으랴 盍思息黥圖自新송백이 변하여 도리의 봄이 되더니46) 松柏變成桃李春언행이 다른 사람이라 칭하면 더욱 성내네 更怒稱渠兩截人다행히 두남47)에 옛 견해 되돌릴 분 있으니 幸有斗南還舊見충고해 준 효과가 새로움을 이제야 알겠네 方知忠告奏功新부지런히 공부하다 청춘 지났다고 핑계대지 말게 勤工莫諉過靑春보불48)도 진실로 깨침을 이룬 사람으로 말미암나니 報佛亶由成得人악인을 미워하고 현인을 좋아하는 진절한 뜻을 疾惡好賢眞切意도리어 마음에 써서 덕이 새로워지길 구하세 反施方寸德求新이 세상에 태어나 백 년을 지내더라도 生來此世百年春마음 알아주는 한 사람을 얻기 어렵네 難得知心一箇人다만 끝내 서로 이루어 줌에 의지하여 但願相成終有賴이제부터 새로운 소문이 들리게 하세나 期令今後聽聞新 調高難見和陽春, 擧世紛紛下俚人.此學從來亦如此, 纖私盡處大知新.大知元是罕千春, 常識如何無幾人?只爲心中些有物, 不能濯舊以來新.子輿秋殺子淵春, 千古幷推亞聖人.義尙於仁衰世意, 前修見識却知新.華島年年草自春, 先生胡作未歸人?九原如起而今日, 鳴鼓揮墻號令新.傷足傷親憂子春, 師親自是一般人.直將師道傷全體, 盍思息黥圖自新?松柏變成桃李春, 更怒稱渠兩截人.幸有斗南還舊見, 方知忠告奏功新.勤工莫諉過靑春, 報佛亶由成得人.疾惡好賢眞切意, 反施方寸德求新.生來此世百年春, 難得知心一箇人.但願相成終有賴, 期令今後聽聞新. 양춘곡(陽春曲) 춘추 시대 초(楚)나라의 가곡 명칭으로, 남이 따라 부르기 어려운 고상한 시가를 일컫는 말이다. 하리파인곡(下俚巴人曲) 격조가 낮은 촌스러운 노래를 말한다. 《문선(文選)》 〈송옥대초왕문(宋玉對楚王問)〉에, "객(客)이 영중(郢中)에서 맨 처음 부른 것이 하리파인곡이었는데 국중(國中)에서 따라 화답하는 자가 수천 명이었고, 〈양아해로(陽阿薤露)〉를 부르자 화답하는 사람이 수백 명으로 줄었고, 〈양춘백설가(陽春白雪歌〉를 부르자 화답하는 사람이 수십 명으로 줄었다."라고 하였다. 옛것을……맞지 《근사록(近思錄)》 권3 〈치지(致知)〉에 "의리에 의심스러운 것이 있으면 옛 견해를 깨끗이 씻어버려 새로운 생각이 나오게 해야 한다.〔義理有疑, 則濯去舊見, 以來新意.〕"라는 장재(張載)의 말이 보인다. 맹자는……지녀 《근사록(近思錄)》 〈관성현(觀聖賢)〉에 "공자는 원기요, 안자는 봄이 만물을 냄이요, 맹자는 가을의 숙살지기(肅殺之氣)까지 모두 드러낸 것이다.〔仲尼元氣, 顔子春生, 孟子幷秋殺盡見.〕"라는 정호(程顥)의 말이 나온다. 오늘날……새로우리 저자의 스승인 간재 전우가 살아 돌아온다면 자신의 뜻을 어기고 일제의 인가를 받아 문집을 발간한 오진영 일파를 문하에서 쫓아냈을 것이라는 말이다. 《논어》 〈선진(先進)〉에 "계씨가 주공보다도 부자였는데, 공자의 제자 염구가 계씨를 위해 세금을 많이 거두어들여서 재산을 더 늘려주었다. 공자가 말하기를 '나의 제자가 아니니, 제자들아 북을 치며 그를 성토하는 것이 옳다.'〔季氏富於周公, 而求也爲之聚斂而附益之. 子曰: 非吾徒也, 小子鳴鼓而攻之可也.〕"라고 한 것과 한유(韓愈)의 〈승려인 문창대사를 전송하며[送浮屠文暢師序]〉에서 이단을 추구하는 사람에 대해 양웅(揚雄)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런 사람이 내 집 문이나 담장에 있다면 쫓아 버리고 오랑캐 땅에 있다면 나아오게 하겠다.〔在門墻則揮之, 在夷狄則進之.〕"라고 한 표현을 원용한 것이다. 발을……걱정했으니 증자(曾子)의 문인인 악정자춘(樂正子春)이 일찍이 마루에서 내려오다가 발을 다친 뒤 발이 낫고도 수개월 동안 나가지 않고서 여전히 근심한 일을 말한다. 《禮記 祭義》 개과천선(改過遷善) 원문의 '식경(息黥)'은 식경보의(息黥補劓)의 준말로 형벌을 받아 훼손된 몸을 온전하게 회복한다는 뜻인데, 허물을 고쳐 새로워짐을 비유한다.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조물주가 내 이마에 가해진 묵형의 흔적을 없애 주고 내 베어진 코를 보완해 주어 완전한 인간의 몸으로 선생의 뒤를 따르게 해 주지 않을 줄 어떻게 알겠는가.〔庸詎知夫造物者之不息我黥而補我劓, 使我乘成以隨先生耶?〕"라고 하였다. 송백(松柏)이……되더니 지조와 의리를 지키던 사람이 영화를 다투는 소인으로 변했다는 말이다. 이백(李白)의 〈영양별원단구지회양(潁陽別元丹邱之淮陽)〉 시에 "소나무와 잣나무는 아무리 춥고 고통스러워도, 복사꽃과 오얏꽃의 봄 좇기를 부끄러워한다네.〔松柏雖寒苦, 羞逐桃李春.〕"라고 하였다. 《李太白詩集 卷2, 卷14》 두남(斗南) 북두성(北斗星) 남쪽이란 뜻으로 천하(天下)를 의미하는데, 당(唐)나라 때 인인기(藺仁基)가 적인걸(狄仁傑)의 어짊을 일컬어 "적공의 어짊은 북두성 남쪽의 제일인자이다.〔狄公之賢, 北斗以南一人而已矣.〕"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舊唐書 卷89 狄仁傑傳》 보불(報佛) 불교에서 말하는 삼신(三身)의 하나인 보신(報身)으로, 과보와 수행의 결과에 의해 얻어진 공덕으로 갖추어진 부처의 몸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