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83)과 찬 강에서 함께 읊다 與可石寒江共賦 셋이 앉아 머리털 세었다고 서로 동정하니 鼎坐相憐鬢髮明어떤 사람이 기영회84)에 잘못 견주겠는가 何人錯比會耆英지금 세상 신문물에 빙탄85)처럼 번뇌하고 炭氷今世新文物평생 옛 성인의 책을 추환86)처럼 즐기네 芻豢平生古聖書입은 현묘한 도를 지켜 문을 닫듯이 하고 口可守玄如閉戶시는 의당 백전87)이라 무기를 들지 않네 詩宜戰白不持兵맑음과 깨어있음은 본디 마음속의 일이니 淸醒自是心中事창랑에서 나의 갓끈을 씻을 필요가 없네88) 未必滄浪濯我纓 鼎坐相憐鬢髮明, 何人錯比會耆英?炭氷今世新文物, 芻豢平生古聖書.口可守玄如閉戶, 詩宜戰白不持兵.淸醒自是心中事, 未必滄浪濯我纓. 가석(可石) 박상구(朴爽九, 1882~1948)의 호이다. 본관은 밀성(密城), 자는 선명(善明)이다. 송병선(宋秉璿)의 문인으로, 저서에 《가석유고(可石遺稿)》 4권 2책이 있다. 기영회(耆英會) 송나라 문언박(文彦博)이 서도 유수(西都留守)로 있을 때 부필(富弼)의 집에서 연로하고 어진 사대부들을 모아놓고 술자리를 베풀어 서로 즐겼던 모임인 낙양기영회(洛陽耆英會)를 말한다. 이 모임은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구로회(九老會) 고사를 본떠 13인의 노인이 모여 만든 것으로, 관직은 무시한 채 나이로만 서열을 매긴 뒤 술과 시로 즐겼다고 한다. 《宋史 文彦博列傳》 빙탄(氷炭) 가슴속에서 격렬하게 일어나는 온갖 갈등과 번뇌를 비유한 말이다. 《장자》 〈인간세(人間世)〉에 "기쁨과 두려움 등의 감정이 가슴속에서 싸우는데, 이는 원래 인간의 오장 속에 얼음과 숯이 한데 엉겨 있기 때문이다.〔喜懼戰于胸中, 固已結氷炭于五臟矣.〕"라는 말이 나온다. 추환(蒭豢) 풀을 먹여 기르는 소ㆍ양과 곡식을 먹여 기르는 개ㆍ돼지 등을 가리키는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육류를 비유한다.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의리가 내 마음을 기쁘게 함이 추환이 내 입을 즐겁게 함과 같다.〔理義之悅我心, 猶芻豢之悅我口.〕"라고 하였다. 백전(白戰) 시를 지어 서로 솜씨를 겨루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송나라 구양수(歐陽脩)가 취성당(聚星堂)에서 빈객들과 눈〔雪〕에 대한 시를 지으면서, 눈과 관련된 글자들을 쓰지 못하게 했는데, 그 뒤 소식이 빈객들과 함께 시를 지을 때에 구양수가 정했던 규칙을 지키며 〈취성당설(聚星堂雪)〉이라는 시를 지었다. 그 시의 끝 구절에 "당시의 규칙을 그대들은 따를지니, 맨손으로 싸워야지 무기를 잡으면 안 되네.〔當時號令君聽取, 白戰不許持寸鐵.〕" 하였다. 맑음과……없네 시류에 영합하지 말고 자신의 고결한 신념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 "온 세상이 다 흐리거늘 나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거늘 나 홀로 깨었는지라, 이 때문에 쫓겨나게 되었다.〔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 하였고,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