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광 및 제군들과 작별하며 4수 別玄狂及諸君【四首】 해가 저물어 새봄으로 바뀌는 걸 보니 歲行將見換新春인간사 때에 따라 감회가 새로워라 人事隨時覺感新내 집에 세 봉우리 목가산544)을 보지 말게 毋我三峯看木假그대들 백번 단련해 금단 얻었다 인정하네 許君百鍊得金眞석별할 때에 몹시 서글퍼하기보다는 與其惜別生怊悵마음을 알고 몸을 잊는 게 어떻겠는가 何似知心忘骸身부지런히 공부해 천성을 회복하길 기다렸는데 好待返天勤勉學얼마 뒤에 바닷가에서 전쟁이 일어나누나 俄聞海上起兵塵외진 곳이라 평소에 찾아오는 이 없으나 僻地無人見過尋때로 젊은 선비들545) 숲처럼 모여든다네 有時衿佩會如林뒤에 시든 솔잎은 겨울을 지낸 모습이고 後凋松葉經冬色백 번 꺾인 계곡물은 바다 속에 이른다네 百折溪流到海心증언546)이 선한 일인지는 진즉 알았으나 久識贈言爲善物화답은 적은데 고상한 시구라 깜짝 놀랐네 忽驚寡和是高吟눈 오는 날에 송별하니 남은 인연 중한데 雪天送別餘緣重땅 밑에는 봄이 와서 벌써 시월547)이라네 地底陽春已剝陰요사이 쇠잔한 병증이 한사코 찾아드는데 邇來衰病苦侵尋유독 나이 들어 백발이 가득함을 느낀다네 偏感年華雪滿林누각은 푸른 봉우리를 묶어 땅에서 솟은 듯 樓括峯靑超地面달은 어두운 밤기운 몰아 하늘 한복판에 이르네 月驅夜黑到天心〈아양곡〉548)을 지금 세상엔 연주하기 어려운데 峨洋今世難爲奏〈양보음〉549)을 어떤 사람이 홀로 읊겠는가 梁甫何人獨自吟이 모임의 슬픔과 기쁨도 묵은 자취 되었으나 此會悲歡陳跡又우군이 먼저 이미 산음의 모임을 기록했었네550) 右軍先已記山陰어느 해에 군자가 띠 풀의 뿌리 뽑으려는지551) 何年君子拔茹茅책 속에서 아득히 정신으로 교분을 나눈다네 卷上遙遙神有交심법을 누가 물속의 달에게 전할 수 있으랴 心法誰能傳水月세풍은 아교로 황하를 맑게 하는 것처럼 어렵지552) 世風難得試河膠중년 들어 귀밑털이 희어짐을 탄식하지 말게 休歎雪鬢過中歲최후에 있는 남은 인연을 반드시 기다리리라 定待餘緣在末梢어찌 꼭 창려처럼 감개함이 많아서 那必昌黎多感慨불평스런 문자를 차가운 교외로 보내랴553) 不平文字送寒郊 歲行將見換新春, 人事隨時覺感新.毋我三峯看木假, 許君百鍊得金眞.與其惜別生怊悵, 何似知心忘骸身?好待返天勤勉學, 俄聞海上起兵塵.僻地無人見過尋, 有時衿佩會如林.後凋松葉經冬色, 百折溪流到海心.久識贈言爲善物, 忽驚寡和是高吟.雪天送別餘緣重, 地底陽春已剝陰.邇來衰病苦侵尋, 偏感年華雪滿林.樓括峯靑超地面, 月驅夜黑到天心.《峨洋》今世難爲奏, 《梁甫》何人獨自吟?此會悲歡陳跡又, 右軍先已記山陰.何年君子拔茹茅? 卷上遙遙神有交.心法誰能傳水月? 世風難得試河膠.休歎雪鬢過中歲, 定待餘緣在末梢.那必昌黎多感慨, 不平文字送寒郊? 세 봉우리 목가산(木假山) 산의 아름다움과 좋은 기운을 예찬하였다. 소순(蘇洵)의 〈목가산기(木假山記)〉에 "내 집에 세 봉우리의 목가산이 있는데 내가 매양 생각해보니 운수가 그 사이에 있는 듯하다.〔予家, 有三峰, 予每思之, 則疑其有數存乎其間.〕"라고 하였다. 《古文眞寶》 젊은 선비들 원문의 '금패(衿佩)'는 푸른 옷깃과 푸른 패옥(佩玉)을 말한 것으로 푸른 복장(服裝)을 한 청년 학도를 가리킨다. 《시경》 〈정풍(鄭風) 자금(子衿)〉에 "푸르디푸른 그대의 옷깃이여, 길이 생각하는 내 마음이로다. 비록 나는 가지 못하나, 그대는 왜 소식을 계속 전하지 않는고. 푸르디푸른 그대의 패옥이여, 길이 생각하는 내 마음이로다. 비록 나는 가지 못하나, 그대는 어이하여 오지 않는고.[靑靑子衿, 悠悠我心. 縱我不往, 子寧不嗣音? 靑靑子佩, 悠悠我思. 縱我不往, 子寧不來?]"라는 말이 나온다. 증언(贈言) 고대에 지인들과 이별할 때 서로에게 좋은 말[言]을 주었다. 뒤에 증시(贈詩)나 증서(贈序) 등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사기》 권47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노자(老子)가 공자(孔子)를 전송하면서 "부귀한 자는 사람을 보낼 때 재물을 주고, 어진 사람은 사람을 보낼 때 말을 준다고 나는 들었다.〔吾聞富貴者送人以財, 仁人者送人以言.〕"라고 한 고사에서 온 것이다. 시월(十月) 원문의 '박음(剝陰)'은 음(陰)이 양(陽)을 다 갉아먹었다는 것으로, 다시 말해 음이 꽉 찬 상태인 순음(純陰)으로 이루어진 곤괘(坤卦)에 해당하는 음력 10월을 의미한다. 아양곡(峨洋曲) 거문고 연주곡의 이름으로, 춘추 시대 백아(伯牙)가 타고 그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들었다는 '고산유수곡(高山流水曲)'을 말한다.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타면서 고산(高山)에 뜻을 두자 종자기(鍾子期)가 "높고 높기가 마치 태산과 같도다!〔峨峨兮若泰山!〕"라고 하였고, 또 유수(流水)에 뜻을 두자 "넓고 넓기가 마치 강하와 같도다!〔洋洋兮若江河!〕"라고 하였다. 양보음(梁甫吟) 악부가사(樂府歌辭)의 이름으로, 예부터 전해 온 만가(挽歌)이다. 촉한(蜀漢)의 승상(丞相) 제갈량(諸葛亮)이 일찍이 지어 노래한 가사가 특히 유명한데, 그 내용은 곧 제 경공(齊景公) 때 안영(晏嬰)이 천하무적의 용력(勇力)을 지닌 공손접(公孫接), 전개강(田開疆), 고야자(古冶子) 세 용사(勇士)에게 기계(奇計)를 써서 그들에게 복숭아 두 개를 주어 서로 다투게 하여 끝내 모두 자살하도록 만들었던 일을 몹시 안타깝게 여겨 노래한 것이다. 《삼국지(三國志)》 권35 〈촉서(蜀書) 제갈량전(諸葛亮傳)〉에 의하면 "제갈량은 몸소 농사를 지으면서 〈양보음〉 읊기를 좋아했다.[亮躬耕壟畝, 好爲梁父吟.]"라고 하였다. 우군(右軍)이……기록했었네 우군은 우군장군(右軍將軍)을 지낸 진(晉)나라 왕희지(王羲之)를 가리키며, 산음은 중국 절강성 회계현에 있는 지명이다. 영화(永和) 9년 삼짇날 왕희지(王羲之)가 당시의 명사(名士) 40여 명과 회계(會稽) 산음(山陰)의 난정(蘭亭)에서 모임을 갖고 유상곡수(流觴曲水)의 풍류를 즐겼던 일을 〈난정기(蘭亭記)〉라는 글로 기록해 놓은 것을 말한다.《古文眞寶 後集 卷1》 띠 풀의……뽑으려는지 뜻을 같이하는 현인들이 때를 만나 한꺼번에 나온다는 의미이다. 《주역》 〈태괘(泰卦) 초구(初九)〉에 "엉켜있는 띠 풀의 뿌리를 뽑는 것과 같아 동류들과 함께 감이니, 길하다.[拔茅茹, 以其彙征, 吉.]"라는 말이 보인다. 아교(阿膠)로……어렵지 아교(阿膠)는 검은 당나귀 가죽을 진하게 고아서 굳힌 약품으로, 여기에는 흐린 물을 맑게 하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 말인데, 작은 양의 아교로는 많은 물을 맑게 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신(庾信)의 〈애강남부(哀江南賦)〉에 "아교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게 할 수 없다.[阿膠不能止黃河之濁]"라고 하였다. 창려(昌黎)처럼……보내랴 창려는 당나라의 문장가인 한유(韓愈)의 호이다. 한유(韓愈)의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 사람이 불우하게 지내야 좋은 시문을 짓는다는 뜻을 말하면서 "만물은 평정함을 얻지 못하면 운다.[大凡物不得其平則鳴.]"라고 하였다. 《韓昌黎文集 卷19 送孟東野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