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 소식을 듣고 개탄하다 聞時耗慨然 빈자든 부자든 둘 다 복극85)이 나뉘게 되니 貧富雙將福極分은사의 홍범86)이 이미 밝게 드러나 있다오 殷師洪範己昭然만약 공산 제도가 천하의 공리라고 한다면 若云共産爲公理성현이 외려 참된 도를 모른 것으로 귀결되리라 賢聖還歸昧道眞조철의 균전법을 맹성께서 말씀하셨는데87) 助徹均田孟聖云지금이야말로 백성에게 시행할 만한 때일세 卽今定可施諸民어찌하여 주장함이 자본주의로 돌아가 如何所主歸資本또다시 탐부에게 제멋대로 병탄하게 하는가 更使貪夫恣幷呑 貧富雙將福極分, 殷師洪範己昭然.若云共産爲公理, 賢聖還歸昧道眞.助徹均田孟聖云, 卽今定可施諸民.如何所主歸資本, 更使貪夫恣幷呑? 복극(福極) 홍범구주(洪範九疇)의 아홉 번째 조목인 오복(五福)과 육극(六極)을 가리킨다. 《서경》 〈홍범(洪範)〉에 "다음 아홉 번째는 향함을 오복으로써 하고 위엄을 보임을 육극으로써 하는 것입니다.[次九曰嚮用五福, 威用六極.]"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오복은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이르고, 육극은 흉(凶)함, 단절(短折), 질병(疾病), 우환(憂患), 가난〔貧〕, 악함〔惡〕, 나약함〔弱〕을 가리킨다. 은사(殷師)의 홍범(洪範) 은사는 은(殷)나라 태사(太師)였던 기자(箕子)를 가리킨다. 은나라가 망할 때에 기자는 주(周)나라 무왕(武王)에게 홍범구주(洪範九疇)를 전하였고, 무왕은 기자를 조선(朝鮮)에 봉해주어 신하로 삼지 않았다고 한다. 홍범은 바로 홍범구주를 가리키는데, 천하를 다스리는 아홉 가지 큰 법칙으로, 오행(五行), 오사(五事), 팔정(八政), 오기(五紀), 황극(皇極), 삼덕(三德), 계의(稽疑), 서징(庶徵), 복극(福極)이다. 홍범은 본디 하우씨(夏禹氏)가 낙수(洛水)에서 나온 신귀(神龜)에게서 얻은 것인데, 이것이 대대로 전해져 기자가 무왕에게 전하였다고 한다. 조철(助徹)의……말씀하셨는데 맹성(孟聖)은 맹자(孟子)를 가리킨다. 균전법(均田法)은 백성들에게 토지를 골고루 나누어 주는 토지 제도로, 여기서는 정전법(井田法)을 가리킨다. 조철(助徹)은 은(殷)나라의 조세(租稅) 징수법인 조법(助法)과 주(周)나라의 조세 징수법인 철법(徹法)을 이른다. 조법은 정전법에 의거하여 여덟 집에 각각 70묘(畝)의 땅을 나누어 주고, 중앙의 공전(公田) 100묘를 공동으로 경작하여 그 수확을 관청에 바치게 한 것이다. 철법은 정전법에 따라 토지를 구획하여 여덟 가(家)에 각각 100묘의 사전(私田)을 지급하고 중앙의 공전 100묘는 공동으로 경작하여 그 수확을 조세로 바치게 한 것이다. 《맹자》 〈등문공 상(滕文公上)〉에서 맹자가 "하후씨(夏后氏)는 50묘에 공법(貢法)을 썼고, 은나라 사람은 70묘에 조법을 썼고, 주나라 사람은 100묘에 철법을 썼으니, 그 실제는 모두 10분의 1이다. 철은 통한다는 뜻이요, 조는 돕는다는 뜻이다.[夏后氏五十而貢, 殷人七十而助, 周人百畝而徹, 其實皆什一也. 徹者徹也, 助者藉也.]"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