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절의 〈수미음〉에 차운하다 11수 次康節《首尾吟》【十一首】 강절의 시에 화락한 흥취가 많고 내 시에 우려하고 탄식하는 뜻이 많은 것은 참으로 소양(所養)의 깊이와 자득(自得)의 유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절이 태평하여 아무 일도 없는 날을 만나고 내가 나라가 망하고 도가 없어진 때를 당한 것도 때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후세에 논하는 자가 혹 성정(性情)의 바른 데로 똑같이 돌아간 것으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무인년(1938) 5월 모일에 짓다.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세상을 걱정한 때라네 詩是後滄憂世時운수가 다시 오지 않아 이제 끝이 났으니 運不復來今已矣짐승과 함께 살기 어려우니 나는 어디로 갈까 獸難同處我何之비록 해는 여전히 길이 비춰준다고 하지만 縱云白日猶長照한스럽게도 광풍이 끊임없이 불어오네 可恨狂風不盡吹한 선비가 누구와 함께 하늘에 간쟁할까 一士爭天誰與此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도를 걱정한 때라네 詩是後滄憂道時명분 이치는 분분히 언쟁으로 돌아가고 名理紛紛歸口舌선비4)들은 하나하나 기만에 익숙하네 縫章箇箇慣誣欺어찌 학계가 이렇게 어지러울 줄 짐작했으랴 豈料學界斯乖亂순박한 풍속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길이 없네 無路淳風可反移오늘날 참된 선비가 나오길 간절히 바라니 切願眞儒生此日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학문을 걱정한 때라네 詩是後滄憂學時타고난 자질은 원래 중간 이하인데도 賦質元來中下也공부할 때에 백 배 천 배를 하지 않네 用功又不百千之마음 터놓고 잡초 제거할 계책이 없고 開胸無計去茅塞욕심에 빠져 항상 물가에 임하듯 위태롭네 陷慾常危臨水湄노년에 힘써 두려워할5) 것은 이것뿐이니 乾惕餘年惟此已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분수에 편안한 때라네 詩是後滄安分時세도의 흥망은 하늘의 명에 달려있으나 世道廢興天有命심신의 치란은 스스로 기미를 보아야 하네 身心治亂自觀機구렁텅이6)가 앞에 있음을 잊지 않았거니 不忘溝壑前頭在참된 미치광이 남겨둔 걸 훗날에 알리라 留與眞狂異日知사물에 각기 부여한 걸 내 어찌 참견하랴 物各付之我何預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가소로워한 때라네 詩是後滄堪笑時염자는 계강자 곳간 늘려주는 걸 당연시 했고7) 冉子宜其增季廩소진은 망녕되이 아내가 베틀에서 내려오길 바랐네8) 蘇秦妄欲妻下機사람은 권세와 이익 좇아 혼백이 혼미해지고 人趨勢利迷魂魄귀신은 금전을 따라 지휘를 들어주네 鬼逐金錢聽指揮지금이나 예나 유유하게 이와 같으니 今古悠悠如此已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고립되었을 때라네 詩是後滄孤立時벗들의 평소 지식은 이미 그만두었고 已息交朋平日識심사를 하늘이 알아주기만 바라네 但求心事上天知《역상》9)의 두려울 것 없음을 살펴보려고 欲觀易象無攸懼먼저 《대학》의 자신 속이지 않음에 힘쓰네 先務曾經毋自欺오직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 이르니 惟有淸風明月到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노쇠해졌을 때라네 詩是後滄衰老時갖가지 질병이 항상 증세를 더해가니 百般疾病恒添祟일체 영위하는 것에 기심10)을 없앴네 一切營爲幷息機이 몸을 수양하며 죽기를 기다릴 뿐이니 修得此身惟待死앞길이 공연히 기로에 임하지 않게 하리 免敎前路枉臨岐지난날을 추억하면 한바탕 꿈과 같으니 追憶經過如一夢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깊이 들어갔을 때라네 詩是後滄深入時천지가 뒤집혀 의관과 신발이 바뀌었고 天地飜傾易冠屨윤리 강상이 뒤섞여 헝클어진 삼실 같네 倫綱紛錯亂麻絲당시에 동해에서 머리털을 보존했을 뿐이니 當年東海惟存髮어느 곳 도원에서 옷을 바꾸지 않을까 何處桃源不改衣바로 지금은 당연히 이것 밖에 없으니 目下當然無此外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이치를 연구할 때라네 詩是後滄硏理時인물의 근원에는 오직 성만 있으니 人物源頭惟性在공부의 전체는 모두 마음이 한다네 工夫全體總心爲성경이 철저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고 敬誠到底方收效격치가 정밀해야 비로소 의심을 없애네 格致精來始去疑실행을 잘하고 못하냐에 달렸을 뿐이니 只在行之能否爾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분명하게 분변한 때라네 詩是後滄明辨時성은 중인, 마음은 임금이라는 건 무슨 말인가 性衆心君是何說중화인과 오랑캐 짐승은 정히 의심할 것 없네 華人夷獸定無疑거짓과 진실은 천추의 눈 가리지 못하고 假眞難掩千秋眼승패는 한 판의 바둑과 동일하지 않네 勝敗非同一局棋심문과 신사11)가 모두 이것을 위해서니 審問愼思都爲此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後滄非是愛吟詩시는 바로 후창이 요체를 알아낸 때라네 詩是後滄知要時기절이 사람 놀래키는 것이 큰 것 아니고 氣節驚人非大者문장이 세상에 빛나는 것도 사소한 일이네 文章耀世亦些兒어찌 정일의 심법12)을 지니는 것만 하랴만 豈如精一持心法절로 영화가 있어 얼굴에 윤기가 돈다네13) 自有英華睟面眉이에 이르러야만 할 일을 마쳤다고 하니 到此方爲能事畢후창은 시 읊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네 後滄非是愛吟詩 康節詩多和樂之趣, 余詩多憂歎之意, 是固所養淺深自得有無之異.然康節遇太平無事之日, 余當國亡道喪之際, 亦時然也.後之論者, 或可視以同歸情性之正也歟! 戊寅榴夏日.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憂世時.運不復來今已矣, 獸難同處我何之?縱云白日猶長照, 可恨狂風不盡吹.一士爭天誰與此? 後滄非是愛吟詩.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憂道時.名理紛紛歸口舌, 縫章箇箇慣誣欺.豈料學界斯乖亂? 無路淳風可反移.切願眞儒生此日, 後滄非是愛吟詩.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憂學時.賦質元來中下也, 用功又不百千之.開胸無計去茅塞, 陷慾常危臨水湄.乾惕餘年惟此已, 後滄非是愛吟詩.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安分時.世道廢興天有命, 身心治亂自觀機.不忘溝壑前頭在, 留與眞狂異日知.物各付之我何預? 後滄非是愛吟詩.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堪笑時.冉子宜其增季廩, 蘇秦妄欲妻下機.人趨勢利迷魂魄, 鬼逐金錢聽指揮.今古悠悠如此已, 後滄非是愛吟詩.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孤立時.已息交朋平日識, 但求心事上天知.欲觀《易象》無攸懼, 先務曾經毋自欺.惟有淸風明月到, 後滄非是愛吟詩.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衰老時.百般疾病恒添祟, 一切營爲幷息機.修得此身惟待死, 免敎前路枉臨岐.追憶經過如一夢, 後滄非是愛吟詩.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深入時.天地飜傾易冠屨, 倫綱紛錯亂麻絲.當年東海惟存髮, 何處桃源不改衣?目下當然無此外, 後滄非是愛吟詩.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硏理時.人物源頭惟性在, 工夫全體總心爲.敬誠到底方收效, 格致精來始去疑.只在行之能否爾, 後滄非是愛吟詩.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明辨時.性衆心君是何說? 華人夷獸定無疑.假眞難掩千秋眼, 勝敗非同一局棋.審問愼思都爲此, 後滄非是愛吟詩.後滄非是愛吟詩, 詩是後滄知要時.氣節驚人非大者, 文章耀世亦些兒.豈如精一持心法? 自有英華睟面眉.到此方爲能事畢, 後滄非是愛吟詩. 선비 원문의 '봉장(縫章)'은 봉액(縫掖)과 장보(章甫)로서 선비의 의관(衣冠)을 말한다. 봉액은 의복의 한 종류이고 장보는 관(冠)의 한 종류이다. 공자가 어린 시절 노(魯)나라에 살 때는 봉액을 입고, 자란 뒤에 송(宋)나라에 살 때는 장보를 썼다. 《禮記 儒行》 힘써 두려워할 원문의 '건척(乾惕)'으로, 항상 두려워하는 심정으로 조심하며 자기 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을 말한다. 《주역》 〈건괘(乾卦) 구삼(九三)〉에 "군자가 종일토록 부지런히 힘써 저녁에도 삼가고 두려워하면, 위태로우나 허물이 없으리라.〔君子終日乾乾, 夕惕若, 厲無咎.〕" 하였다. 구렁텅이 원문의 '구학(溝壑)'으로 산골짜기나 계곡을 말하는데, 떠돌다가 객사한 장소나 곤궁한 처지를 뜻한다. 염자(冉子)는……했고 공자의 제자 염구(冉求)가 권력자인 계강자(季康子)의 가신이 된 뒤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여 그의 재산을 늘려 주자, 공자가 크게 노하여 제자들에게 "그는 더 이상 우리 무리가 아니니, 자네들은 북을 울려 성토하며 그를 공격해도 좋다.〔非吾徒也, 小子鳴鼓而攻之可也.〕"라고 말하였다. 《論語 先進》 소진(蘇秦)은……바랐네 전국 시대 소진이 집을 떠나 돌아다니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꾀죄죄한 행색으로 돌아오자 그의 아내가 베틀에서 내려와서 그를 예로써 맞아주지도 않더니, 뒤에 육국(六國)의 재상이 되어 돌아오자 아내를 비롯한 온 집안사람이 소진을 환영하였다고 한다. 《戰國策 秦策上》 역상(易象) 《주역》을 설명한 단사(彖辭)와 효사(爻辭)인데, 주 문왕(周文王)과 주공(周公)이 각각 지었다고 전한다. 기심(機心) 자기의 사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교묘하게 꾀하는 마음을 말한다. 심문(審問)과 신사(愼思) 자세히 따져서 묻는 것과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중용장구》 제20장에서 군자가 성(誠)을 실천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박학(博學)ㆍ심문ㆍ신사ㆍ명변(明辨)ㆍ독행(篤行)의 다섯 가지를 들었다. 정일(精一)의 심법(心法) 인심(人心)은 사욕에 빠지기 쉽고 도심(道心)은 밝아지기 어려우므로 정(精)으로 도심을 보존하여 기르고, 일(一)로 인심을 성찰하는 수양법이다. 요 임금이 순 임금에게 제위(帝位)를 선양하면서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정밀하게 살피고 전일하게 지켜야 진실로 그 중도를 잡을 것이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라고 하였다. 《書經 大禹謨》 얼굴에 윤기가 돈다네 군자의 내면에 축적된 것들이 넘쳐서 몸으로 드러난 것을 말한다.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군자의 본성은 인의예지가 마음속에 뿌리하여, 그 드러나는 빛이 얼굴에 윤택하게 나타나고 등에 가득하게 나타난다.〔君子所性, 仁義禮智根於心, 其生色也, 睟然見於面, 盎於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