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청부561) 기묘년(1939) 獨淸賦【己卯】 옛날 초나라의 말세에 昔夫楚之末劫兮아아 소인들이 국정을 장악하여 嗟小人之秉成분분한 참소가 앞다퉈 일어나니 紛讒佞之競進兮외로운 충신이 멀리 유배가도다 煢忠良之遠屛일찍이 시비를 분별하지 않아 曾是非之無分兮마침내 호오가 공평하지 않으니 乃好惡之不平정치가 날로 그릇되고 혼탁해져서 政日非而汚穢兮사람들이 모두 더러움 속에 빠지고 말았네 衆汶汶而溷坑이런 날의 극한 상황을 당하여 當此日之爻象兮그 누가 초연히 홀로 맑은가 誰超然而獨淸백세가 흘러도 남은 향기가 있으니 曠百世而遺芳兮바로 영균562) 선생이로세 有靈均之先生이미 타고난 자질이 정직하고 旣賦質之正直兮또한 행실이 청렴결백했으며 亦行己之淸白나라를 바로잡을 계책을 품었고 懷匡國之謨猷兮하늘을 꿰뚫을 만한 충심을 지녔도다 抱貫天之忠赤봉황을 무함하여 짐새처럼 보게 하고 誣鸞鳳而鴆視兮천리마를 모략하여 둔마로 배척했는데 昧驥騏而駑斥만약 법도를 바꿔 무턱대고 추종한다면563) 苟改度而詭隨兮어찌 편안해질 것을 몰랐으리오 寧不知其安適당당하게 하늘을 이고 땅을 밟고 있으니 儼頂天而履地兮이런 짓을 하여 스스로를 해치지 못한다오 不能爲此自賊황천이 보우하지 않음을 만나니 値皇天之不弔兮저들의 편벽한 짓을 방관하는구나 –1자 빠짐- 任彼輩之【缺】辟아아 처한 상황을 피해 떠난다 해도 噫且舍夫所遭兮어찌 차마 나라가 망하는 걸 보리오 何忍覩夫亡國부앙하며 묵묵히 의리를 헤아리고는 俯仰黙究義諦兮차라리 문득 죽어 앎을 없게 하리라 하고 寧溘死而無識천 길이나 깊은 상강으로 달려가 빠져 죽어 赴千丈之湘流兮강물 아래 물고기 뱃속에서 장사를 지냈다오564) 葬江魚之腹中그 뜻이 인을 구하는 데 있었으니 意欲在夫求仁兮무슨 원망이 흉중에 남아 있으리오565) 何怨悔之留胸그 지성스런 마음의 간절함을 논한다면 論惻怛之至誠兮거의 은나라의 인자566)에 견줄 수 있다오 庶殷仁之參同〈이소경〉이 찬란하게 빛나서 離騷赫其有經兮하늘에서 해와 빛을 다투는데 光爭日於蒼穹저 〈반이소〉567)를 지은 참적은 彼反騷之讒賊兮애처로워라 왕망의 신하 양웅이로다 哀莽臣之揚雄천년 뒤에 지기를 만나니 遇知己於千載兮바로 송나라의 회옹이로세568) 曰有宋之晦翁만일 경모하는 마음이 깊지 않았다면 如不深於敬慕兮어찌 집주에 공력을 기울였겠는가 豈集註之用功모든 분분한 의론들을 諸紛紛之議論兮일소하여 헛된 설로 만들었다오 可一掃而虛空오호라 나는 지금 세상에서 嗚呼余於今世兮선생이 겪어 지내 온 것과 똑같다오 同先生之經歷진실로 유속은 마땅히 그러하거니와 固流俗之宜然兮어찌 선비가 망극한 짓을 하는가 胡士也之罔極성현을 알면서도 본받지 않으니 認賢聖而勿法兮《춘추》의 의리를 일러 바뀔 수 있다고 하네 謂春秋而可易처음에 본말을 헤아리지 않다가 始不揣其本末兮결국에는 곡직에 환형을 고집한다오 竟幻形於曲直혹 마음속으로569) 스스로 논하는데 或自論於皮裏兮한가히 서 있을 때 간사함을 부리는 데 이르도다 曁售奸於閒立대개 그 정태가 수천 수백 가지인데 蓋千百其情態兮모두 다 의의 없고 더러울 뿐이라네 總無義而汚雜깨끗하고 맑아지고 싶지만 방법이 없으니 欲澄淸而無術兮도리어 재앙과 환난을 당할 따름이네 反禍難之見及그 누가 눈 뜨고 볼 수 있으랴 孰開眼而可視兮문을 나가 갈 만한 곳이 없구나 無出門而可之내 일신이야 근심할 바가 아니지만 非吾身之所恤兮세도의 쇠미함을 어이하면 좋을꼬 柰世道之衰微다른 시대에 감응을 불러일으키니 起相感於異代兮여러 일을 부류로써 함께 미루어 본다오 事以類而同推선생의 홀로 맑은 지조가 아니었다면 微先生之獨淸兮내 누구를 따라 스승으로 추앙하리오 吾誰從而仰師비록 생사의 다름이 있지만 縱死生之有殊兮참으로 고금이 똑같다 하겠네 寔今古之一規 昔夫楚之末劫兮, 嗟小人之秉成.紛讒佞之競進兮, 煢忠良之遠屛.曾是非之無分兮, 乃好惡之不平.政日非而汚穢兮, 衆汶汶而溷坑.當此日之爻象兮, 誰超然而獨淸?曠百世而遺芳兮, 有靈均之先生.旣賦質之正直兮, 亦行己之淸白.懷匡國之謨猷兮, 抱貫天之忠赤.誣鸞鳳而鴆視兮, 昧驥騏而駑斥.苟改度而詭隨兮, 寧不知其安適?儼頂天而履地兮, 不能爲此自賊.値皇天之不弔兮, 任彼輩之【缺】辟.噫且舍夫所遭兮, 何忍覩夫亡國?俯仰黙究義諦兮, 寧溘死而無識.赴千丈之湘流兮, 葬江魚之腹中.意欲在夫求仁兮, 何怨悔之留胸?論惻怛之至誠兮, 庶殷仁之參同.離騷赫其有經兮, 光爭日於蒼穹.彼反騷之讒賊兮, 哀莽臣之揚雄.遇知己於千載兮, 曰有宋之晦翁.如不深於敬慕兮, 豈集註之用功?諸紛紛之議論兮, 可一掃而虛空.嗚呼余於今世兮, 同先生之經歷.固流俗之宜然兮, 胡士也之罔極?認賢聖而勿法兮, 謂春秋而可易.始不揣其本末兮, 竟幻形於曲直.或自論於皮裏兮, 曁售奸於閒立.蓋千百其情態兮, 總無義而汚雜.欲澄淸而無術兮, 反禍難之見及.孰開眼而可視兮? 無出門而可之.非吾身之所恤兮, 柰世道之衰微?起相感於異代兮, 事以類而同推.微先生之獨淸兮, 吾誰從而仰師?縱死生之有殊兮, 寔今古之一規. 독청부(獨淸賦) '독청'은 홀로 맑다는 뜻으로, 전국 시대 초(楚)나라의 충신인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온 세상이 다 혼탁한데 나 홀로 맑고, 모든 사람이 다 취했는데 나 홀로 깨었는지라, 이 때문에 쫓겨났노라.[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 是以見放.]"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굴원은 처음에는 초 회왕(楚懷王)에게 신임을 받았으나 뒤에 소인들의 시기와 참소로 인해 소외되자 〈이소경(離騷經)〉을 지어 임금에게 충간(忠諫)하였으나 용납되지 않으므로 〈어부사〉 등 여러 편의 글을 지어 자신의 뜻을 밝히고 멱라수(汨羅水)에 투신자살했다. 《史記 卷84 屈原列傳》 영균(靈均) 굴원(屈原)의 호이다. 그의 이름은 평(平)이고 자는 원(原)이다. 무턱대로 추종한다면 원문의 궤수(詭隨)는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따지지 않고 무턱대고 남을 추종한다는 뜻으로, 《시경》 〈대아(大雅) 민로(民勞)〉에 "무턱대고 추종하는 짓을 따르지 말아, 불량한 사람을 단속해야 할 것이다.[無縱詭隨, 以謹無良.]"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천……지냈다오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차라리 상강에 빠져 죽어서 물고기 뱃속에서 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 이 깨끗한 몸으로 세속의 더러운 먼지를 뒤집어쓸 수 있겠는가.[寧赴湘流, 葬於江魚之腹中, 安能以皓皓之白, 而蒙世俗之塵埃乎?]"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그……있으리오 공자(孔子)가 일찍이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평가하여 말하기를, "인(仁)을 구하여 인(仁)을 얻었으니, 무엇을 원망하겠는가.[求仁而得仁, 又何怨?]"라고 하였다. 《論語 述而》 은(殷)나라의 인자(仁者) 미자(微子), 기자(箕子), 비간(比干)을 가리킨다. 《논어》 〈미자(微子)〉에 "미자는 떠나가고 기자는 종이 되고 비간은 간하다가 죽었다."라고 한 문장 뒤에 공자가 "은나라에 세 분의 인자가 있었다.[殷有三仁焉.]"라고 하였다. 반이소(反離騷) 전한(前漢)의 양웅(揚雄)이 지은 부(賦)로, 굴원(屈原)이 불우한 처지를 초연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비관하여 〈이소경(離騷經)〉을 짓고 강물에 투신자살한 일을 비판적으로 묘사하였다. 천년……회옹(晦翁)이로세 회옹은 남송(南宋) 주희(朱熹)의 호이다. 주희가 일찍이 《초사집주(楚辭集註)》를 찬술한 일을 두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 마음속으로 원문의 피리(皮裏)는 피리양추(皮裏陽秋)의 준말로,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시비곡직을 가려 포폄(褒貶)하는 것을 이른다. 《晉書 卷93 褚裒列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