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대첩비179)를 읽고 갑술년(1943) 讀荒山大捷碑【甲戌】 그대는 황산대첩비를 보지 못했는가 君不見荒山大捷碑귀부와 이수180)는 열 자 높이나 되네 龜趺螭首高十尺옛날 고려의 정사가 쇠퇴해졌을 때 在昔麗氏政衰日섬 오랑캐 빈틈을 타고 쳐들어와 창궐했네 島夷乘虛來猖獗함양을 불태우고 인월역에 주둔하여 火咸陽屯引月驛181)말을 먹이고 북상하니 형세 막을 수 없었네 穀馬北上勢莫遏이때 태조가 원수가 되어서 于時太祖爲元帥부절 받고 남으로 가니 군율이 엄중했네 受節南征嚴師律깃발은 구름처럼 하늘을 가리고 旗幟似雲蔽半天창칼은 눈처럼 밝은 대낮에 빛났네 劒戟如雪耀白日아지발도182)는 무엇 하는 놈인가 阿只拔都何爲者동으로 몸을 만들고 쇠로 얼굴을 만들어 銅作其身鐵作額기운을 토하니 안개 되어 천지가 깜깜하고 吐氣成霧天地黑한번 외치며 소리지르니 사람들 뒷걸음쳤네 擧聲一呼人辟易원수의 이름난 무예는 신이 주신 바라 元帥名武神所授화살 한 발로 투구 쏘니 투구가 기울어졌네 一矢射鍪鍪欹側그가 투구를 바로잡으려다 그 목구멍이 드러나니 仰整其鍪見其喉부장수가 연이어 쏘니 목구멍이 바로 끊어졌네183) 副帥連射喉卽絶그 우두머리를 죽이자 여세는 파죽지세라 旣殲厥魁餘破竹큰 파도가 일지 않고 남쪽 지방이 진정되었네 鯨波不揚靖南服높은 명망이 날로 성대해져 마침내 즉위하니 威望日盛終御極황산에서 한번 승리함이 근본이 되었네 荒山一捷爲根植내가 오백여 년 뒤에 찾아와 我來五百餘年後비석의 표면 어루만지며 세 번 탄식했네 摩挲碑面三歎息이곳 사람들은 어제 있었던 일처럼 말하고 土人如說昨日事지금도 붉은 피가 여전히 돌에 뿌려져 있네 至今赤血尙濺石당시에 위엄과 무력 참으로 이와 같았는데 當時威武固如此후대에 운수의 기세가 어찌 그리 쇠락해졌는가 後代運氣何衰索화산 무너지지 않아 꽃이 물에 떨어져 흐르고 花山不崩花水流성명이 사라지지 않아 돌벽을 빛나게 하네 姓諱不泐輝石壁신령한 행적이 어찌 길이 빛나지 않으랴 靈蹟那無長赫赫어찌 차마 산하를 남의 물건이 되게 하랴 胡忍山河他人物또한 하늘이 하는 것은 어찌할 방법 없기에 抑亦天爲莫能由하늘에 묻고 싶으나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네 我欲問天天漠漠 君不見荒山大捷碑? 龜趺螭首高十尺.在昔麗氏政衰日, 島夷乘虛來猖獗.火咸陽屯引月驛1), 穀馬北上勢莫遏.于時太祖爲元帥, 受節南征嚴師律.旗幟似雲蔽半天, 劒戟如雪耀白日.阿只拔都何爲者? 銅作其身鐵作額.吐氣成霧天地黑, 擧聲一呼人辟易.元師名武神所授, 一矢射鍪鍪欹側.仰整其鍪見其喉, 副師連射喉卽絶.旣殲厥魁餘破竹, 鯨波不揚靖南服.威望日盛終御極, 荒山一捷爲根植.我來五百餘年後, 摩挲碑面三歎息.土人如說昨日事, 至今赤血尙濺石.當時威武固如此, 後代運氣何衰索?花山不崩花水流, 姓諱不泐輝石壁.靈蹟那無長赫赫? 胡忍山河他人物?抑亦天爲莫能由, 我欲問天天漠漠. 황산대첩비(荒山大捷碑) 1380년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왜장(倭將) 아기발도(阿只拔都)를 물리치고 거둔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석이다. 비석은 전북 남원 운봉현(雲峯縣) 동쪽 16리 황산에 있었으며, 비문은 김귀영(金貴榮)이 지었다.《東園集 卷3 荒山大捷之碑》 귀부(龜趺)와 이수(螭首) 귀부는 거북 모양의 비석 받침돌이며, 이수는 용(龍)의 문양으로 장식한 비석의 머리 부분을 말한다. 驛 底本에는 없음. 일반적인 용례를 살펴 보충. 아지발도(阿只拔都) 14세기 당시 고려에 침입한 왜구를 지휘했던 장수이다. 화살……끊어졌네 아지발도가 얼굴까지 갑옷을 둘러서 활을 쏠 만한 틈이 없었는데, 이성계가 "내가 그의 투구의 꼭지를 쏘아 투구가 떨어지거든 네가 곧 쏘아라."라고 이지란(李之蘭)에게 말을 하였다. 이성계가 투구 꼭지를 맞혀 투구 끈이 끊어져 기울어지자 아지발도가 급히 바로 썼지만, 이성계가 다시 쏜 화살에 투구가 떨어지고 뒤이어 이지란이 쏘아 죽였다. 이지란은 여진족 출신으로 고려에 귀화하였으며, 태조 이성계의 결의형제로 가장 신임받는 장수가 되어 조선의 개국에 큰 공을 세웠다. 驛 底本에는 없음. 일반적인 용례를 살펴 보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