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1945)에서 병술년(1946)으로 바뀌는 새해 정월 초하루79)에 일을 기록하다 乙丙獻發記事 늙은이 마음에 막내80)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니 老思季也懷彌切함께 수세하기로 약속한 지 이미 열흘이 되었네 約同守歲己浹旬조물주는 무슨 일로 짐짓 장난질을 쳐서 化工底事故戱劇온 천하에 홀연히 눈바람을 휘날리게 하는가 滿天風雪忽紛紛외론 등불은 깜박이고 새벽닭이 마구 우는데 孤燈耿耿鷄亂唱홀로 앉아 송구영신하여 좋은 날을 저버리누나 獨坐餞迎負良辰이윽고 상서로운 해가 부상에서 떠오르니 少焉瑞日出扶桑사당에 차를 따르고81) 세배를 올렸다오 點茶家廟拜新年문득 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니 却聞戶外有跫音참으로 고생스럽게도 그대가 새벽길을 재촉해 왔도다 良苦君行犯淸晨바라건대 십년 뒤에도 이런 기쁨을 얻어 幸得此喜十載後네 형제82)가 정답게 앉아 화기가 넘치기를 四棣團坐和氣臻곧바로 작별을 고하니 이것이 무슨 말인가 旋生別離是何語예로부터 궁귀83)가 친밀한 정분을 손상시켰다오 從來窮鬼敗情親날씨가 아직 매서운데 어떻게 돌아가려 하는가 天氣尙嚴何以歸아득한 봉산84)을 바라보매 서글픔만 새로 더하누나 蓬山杳杳悵恨新 老思季也懷彌切, 約同守歲己浹旬.化工底事故戱劇, 滿天風雪忽紛紛?孤燈耿耿鷄亂唱, 獨坐餞迎負良辰.少焉瑞日出扶桑, 點茶家廟拜新年.却聞戶外有跫音, 良苦君行犯淸晨.幸得此喜十載後, 四棣團坐和氣臻.旋生別離是何語? 從來窮鬼敗情親.天氣尙嚴何以歸, 蓬山杳杳悵恨新. 새해 정월 초하루 원문의 헌발(獻發)은 새해가 오고 봄기운이 발양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정월 초하루를 의미한다. 《초사(楚辭)》 〈초혼(招魂)〉에 "해가 새로이 이르고 봄기운이 발양하건만, 나만 혼자 쫓겨나서 남으로 가네.[獻歲發春兮, 汨吾南征.]"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막내 후창의 셋째 아우이자 막내아우인 김억술(金億述, 1899~1959)로, 자는 여안(汝安), 호는 연강(蓮岡) 또는 척재(拓齋)이다. 또한 간재(艮齋) 전우(田愚)의 문인이다. 문집으로 《척재집(拓齋集)》이 있다. 차를 따르고 원문의 점다(點茶)는 찻물을 찻잔에 따르는 행위이다. 《주자가례(朱子家禮)》 〈사당(祠堂)〉에 정월 초하루에 사당에 참배할 때 주부가 올라와서 다선(茶筅)을 잡고, 집사(執事)가 탕병(湯甁)을 가지고 뒤따라 이전과 같이 점다(點茶)한다고 하였다. 《가례집람(家禮輯覽)》 〈사당〉에서 이에 대해 "옛날 사람들은 차를 마실 때에 분말을 만들어서 타 마셨는데, 이른바 점다(點茶)라는 것은 먼저 그릇에 차 분말을 넣은 다음에 끓인 물을 붓고서 다시 차가운 물을 조금씩 넣어 다선을 가지고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하였다. 네 형제 원문의 사체(四棣)는 네 명의 형제를 뜻한다. 체(棣)는 상체(常棣) 즉 아가위나무인데, 형제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시경》 〈소아(小雅) 상체(常棣)〉에 "아가위나무 꽃이여, 꽃받침이 화사하지 않은가. 무릇 지금 사람들은, 형제만 한 이가 없느니라.[常棣之華, 鄂不韡韡? 凡今之人, 莫如兄弟.]"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후창은 장남으로 세 아우를 두었는데, 첫째 아우 김봉술(金鳳述), 둘째 아우 김만술(金萬述), 막내아우 김억술(金億述)이다. 궁귀(窮鬼) 사람을 곤궁하게 만드는 귀신을 가리킨다. 당(唐)나라 한유(韓愈)의 〈송궁문(送窮文)〉에 지궁(智窮), 학궁(學窮), 문궁(文窮), 명궁(命窮), 교궁(交窮)의 다섯 궁귀(窮鬼)가 자기를 따르면서 곤궁하게 만들고 있다고 하였다. 《古文眞寶 後集 卷3》 봉산(蓬山)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중계리의 봉래산(蓬萊山)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