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에서 나극지의 시에 차운하여 증별하다 【정문부】 永興次羅克之韻因贈別 한 번 만나 마음을 알고 일산도 이미 기울였으니10) 一見知心蓋已傾재상과 장군 같은 귀한 모습이 온 성에 가득하네 相將玉貌在圍城털을 불어 도처에서 사람들은 잘못을 찾지만11) 吹毛到處人求過화살이 바위를 뚫음에 어찌 감복하지 않을까12) 沒羽如何石感誠삼천의 귀밑머리는 백발 되어 깜짝 놀라나 鬂上三千驚白髮십만의 가슴은 귀신같은 병술에 의지하네13) 胸中十萬杖神兵중흥한 이후로부터는 몸에 병이 많아 自中興後身多病돌아와 임원에 누웠자니 이런 품행 괜찮을까 歸臥林園羨此行【소포공(嘯浦公)이 애초부터 정문부(鄭文孚), 서성(徐渻), 한백겸(韓百謙) 등과 거사하여 전장을 오간 것이 전후로 거의 2년이나 되었다. 박공의 《의려록(義旅錄)》과 정공의 증별시를 보니 그의 대략을 알 수 있다. 당시 일을 도운 것이 바야흐로 소략하여 전할 만한 사람들이 있었을 터이나 세월이 오래되어 증거로 삼을 만한 것이 없다. 전쟁에서 사망한 이붕수(李鵬壽)과 이희당(李希唐)의 애사(哀詞)와 함께 이 시의 원시는 잃어버려 기록할 수 없다.】 【鄭文孚, 嘯浦公始與鄭公文孚 徐公渻 韓公百謙等, 起事出入兵間, 首尾幾二載. 觀朴公義旅錄及鄭公贈別詩, 可知其梗槪. 其時, 協贊方略, 宜有可傳者, 而久遠無徵. 戰亡人李鵬壽 李希唐哀詞幷, 此詩原韻逸不錄.】一見知心蓋已傾, 相將玉貌在圍城.吹毛到處人求過, 沒羽如何石感誠.鬂上三千驚白髮, 胸中十萬杖神兵.自中興後身多病, 歸臥林園羨此行. 일산도 …… 기울였으니 원문 '개경(蓋傾)'은 타고 가던 수레의 일산을 기울인다는 뜻으로 길을 가다가 벗을 만난 기쁨을 말한다. 《史記 卷83 鄒陽列傳》 털을 …… 찾지만 원문 '취모(吹毛)'는 '터럭을 불어 헤쳐서 흉터를 찾아낸다.〔吹毛求庛〕'의 준말로, 즉 남의 사소한 허물까지 각박하게 들춰내는 것을 말한다. 《漢書 卷53 景十三王傳》 따라서 여기서는 사람들이 공을 비난함을 뜻한다. 화살이 …… 않을까 원문 '몰우(沒羽)'는 화살을 말한다. 한대(漢代)의 명장 이광(李廣)은 본디 용력(勇力)이 매우 뛰어나, 일찍이 자기가 사는 고을에 호랑이가 있다는 말을 듣고 스스로 호랑이를 쏘아 잡았고, 또 북평 태수(北平太守)로 있을 적에도 손수 호랑이를 쏘아 잡았으며, 한번은 사냥을 나갔다가 풀 속에 엎드려 있는 돌〔石〕을 보고는 잘못 호랑이로 알고 활을 쏘았더니, 화살이 돌에 꽂혀 파묻혀 버렸는데, 자세히 보니 돌이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십만의 …… 의지하네 가슴속으로 치밀한 작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말이다. 위(魏)의 최호(崔浩)와 송(宋)의 범중엄(范仲淹)의 고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통 "胸中十萬兵", "胸中甲兵"의 숙어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