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곡자(廣谷子)의 시에 차운하다【광곡은 종제 해영(海英)이다. ◎경술년(1670, 47세)】 次廣谷子韻【廣谷。卽從弟海英也。◎庚戌】 쓸쓸한 띳집 외딴 봉우리에 의지해 있으니언제나 장강(長江)과 상담(湘潭)에서 누운 용164) 일으킬까어젯밤엔 벽력치고 비 내렸는데봉호(蓬戶) 애써 밀치고서 긴 대나무 지팡이 짚었네 蕭然茅屋倚孤峯何日江湘起臥龍霹靂一聲前夜雨強排蓬戶曳長筇 장강(長江)과……용 '누운 용'의 원문은 '와룡(臥龍)'으로, 은거하고 있는 뛰어난 인재를 비유하는 말로 흔히 사용된다. 삼국 시대 촉한(蜀漢)의 승상 제갈량(諸葛亮)이 유비(劉備)의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출사하기 전 남양(南陽) 융중(隆中)의 초가에서 은거하며 '와룡선생'으로 불린 데서 유래한 말이다. 그러나 '장강(長江)' 및 '상담(湘潭)'과 관련된 용 고사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장강과 관련해서는 《한서(漢書)》 〈무제기(武帝紀)〉에 한 무제(漢武帝)가 심양(潯陽)의 장강에 배를 띄우고서 교룡(蛟龍)을 쏘아 잡았다는 고사가 전한다. 또 상담은 초(楚)나라 굴원(屈原)이 무고를 당하여 쫓겨나 있던 곳이므로 유배되어 있는 이를 '상담의 와룡'에 비유하기도 한다. 예컨대, 남구만(南九萬)의 《약천집(藥泉集)》 〈진이사소(陳二事疏)【시월십구일(十月十九日)】〉에, "내치고 올려 줌에 일정한 기준이 없고 화와 복에 일정한 문이 없어서 천한 사람들이 높고 귀한 지위를 가리켜 마치 여관방의 품팔이꾼처럼 여기고, 먼 지방 사람들이 변방으로 귀양 오는 자를 마치 깊은 못에 누워 있는 용처럼 여긴다.[黜陟靡常 禍福無門 賤人指高位 有如逆旅之傭夫 遐荒視流竄 皆若湘潭之臥龍]"라 한 대목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