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에 제하다 題柱 금우89) 가는 길 옥루90) 동쪽에서 나오고진나라 변새는 만 겹 숲으로 멀리 이어졌네남아의 가슴 속에 한 자루 장검 지녔으니이제 떠나면 공명은 손바닥 가리키듯 분명히 취하리라다시 올 적에 의당 비단옷 입고 오리니내 그렇지 못하면 다리 기둥의 글귀처럼 하리라91)아미산의 빼어난 기운이 인재를 낳았으니사마상여의 문재(文才)에 누가 짝하랴글솜씨는 삼협의 물을 거꾸로 쏟아낸 듯하고92)필력은 천근의 쇠뇌를 당길 듯하였으니풍류 있는 운치에 녹기금을 하사받고93)양대의 한줄기 비를 훔쳤네94)집은 그저 사방 벽만 있고 숙상구95) 헤졌는데가슴 속 문자는 오히려 기세가 성대했네곤붕96) 장차 벽해에 올 것이요봉황이 어찌 단혈산에 숨으랴97)동쪽으로 장안 바라보자 험한 길 이어지니어찌 돌아가 성주에게 구하지 않으랴채색 구름 사이의 백제성98) 돌이켜 생각하니한 필 말로 가는 행장 어찌나 쓸쓸한지물결에 누운 용처럼 긴 다리 가로 놓여 있는데다리 밑 동쪽으로 흐르는 물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라사람이 살아감에 어찌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물을 배우랴죽기 전에 돌아오는 것은 운수 있음을 알겠네지금 천자께서 현자를 급히 구하시니바람과 구름이 용, 범과 성대히 만났네99)하늘이 내게 주신 재주 필시 쓸 곳 있으리니어찌 울울하게 촉 땅에 있을 수 있으랴이번에 가면 마땅히 큰 금인 얻을 것이요100)허리춤에 한 장 두 자의 인끈 늘어뜨리리101)이 다리 곁에 수레가 나는 듯이 지나가면구경하는 자들이 담처럼 빙 둘러싸니고향 이웃은 옛 견자102)인줄 알아보고백성들은 지금의 수령 되었다 소리치리다시 찾아가면 응당 예전 자취 –원문 1자 결락- 있을 테니자획이 희미해도 발꿈치와 팔꿈치 분별하네103)아, 뜻을 두어 사업 끝내 이루었으니훗날 높은 수레 타고 물가에 왔네참으로 다리는 저버리지 않았는데 사람만 홀로 저버렸으니백발로 읊조리는 소리 참으로 괴롭구나 金牛路出玉壘東秦塞遙連萬重樹男兒肝膽一長釰此去功名指掌取重來當作衣錦人余所否者如橋柱峨嵋山秀鍾豪英司馬才華誰與伍詞源倒流三峽水筆力挽回千斤弩風情付與綠綺絃偸得陽臺一片雨家徒四壁鷫鸘弊文字胸中猶鬱怒鯤鵬將儀碧海鱗鳳凰寧藏丹穴羽長安東望鳥道通盍歸乎來干聖主翻思白帝彩雲間匹馬行裝何踽踽長橋橫作臥波龍橋下東流自今古人生肯學水不迴未死歸來知有數當今天子急賢良盛會風雲龍與虎天生我才必有用鬱鬱安能久西土玆遊當取印如斗腰下仍垂丈二組翩翩四蓋此橋邊會使觀者如墻堵鄕鄰識得舊犬子士女喚作今明府重尋應有往跡【缺】字畫依俙辨跟肘于嗟有志事竟成他日高車來水滸眞無負橋獨負人白頭之吟聲正苦 금우 촉(蜀) 지역의 금우협(金牛峽)을 말한다. 전국 시대 진 혜왕(秦惠王)이 촉을 정벌하고 싶었으나 길이 험해 정벌하지 못하자, 돌로 다섯 마리의 소를 만들어 촉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세우고 소의 항문 아래에 황금을 놓아두었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돌 소가 황금 똥을 눈다고 하자, 이 소문을 들은 촉왕은 천여 명의 군사와 다섯 명의 역사(力士)를 동원하여 성도(成都)로 운반해 갔다. 이 때문에 촉으로 들어가는 길이 뚫렸다. 《水經注 沔水》 옥루 촉나라 수도인 성도의 서북쪽에 있는 산 이름이다. 내……하리라 공명을 이루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뜻이다. 한나라 때 촉군 성도 사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촉군을 떠나 장안(長安)으로 갈 적에 성도의 승선교(昇仙橋) 기둥에 "고거사마(高車駟馬)를 타지 않고는 다시 이 다리를 지나지 않겠다."라고 썼다. 《水經注 江水》 글솜씨는……듯하고 삼협에서 쏟아져 흐르는 물처럼 거침없고 웅장한 문장을 말한다. 삼협은 양자강(揚子江) 상류의 험난하기로 유명한 세 협곡으로, 구당협(瞿塘峽), 무협(巫峽), 서릉협(西陵峽)의 합칭이다. 당나라 두보(杜甫)의 〈취가행(醉歌行)〉 시에 "글 솜씨는 삼협의 물을 거꾸로 쏟아낸 듯하고, 필력은 천 명의 적군을 홀로 쓸어낼 기세로다.[詞源倒流三峽水, 筆陣獨掃千人軍.]"라고 하였다. 풍류……하사받고 사마상여가 〈옥여의부(玉如意賦)〉를 지어 양왕(梁王)에게 바치자, 양왕이 기뻐하여 사마상여에게 녹기금(綠綺琴)이라는 명금(名琴)을 하사했다. 《古琴疏》 양대의……훔쳤네 사마상여가 탁문군(卓文君)을 꾀어 부부가 된 일을 초 양왕(楚襄王)의 고사에 빗댄 것이다. 초 양왕이 고당(高唐)에서 놀다가 꿈속에서 무산(巫山)의 신녀를 만나 잠자리를 함께하였는데, 이별하는 즈음에 신녀가 "저는 무산의 양지쪽 언덕에 사는데, 아침이면 떠가는 구름이 되고 저녁이면 내리는 비가 되어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양대(陽臺)의 아래로 내려옵니다."라고 하였다. 《文選 卷19 高唐賦》 숙상구(鷫鸘裘) 숙상이란 새의 가죽으로 만든 갖옷으로, 사마상여가 몹시 가난할 때 입었던 옷이다. 사마상여가 일찍이 부인 탁문군(卓文君)과 함께 고향인 성도(成都)로 돌아갔을 적에 워낙 가난했던 탓에 자기가 입고 있던 숙상구를 전당 잡히고 술을 사서 탁문군과 함께 마시며 즐겼다는 고사가 있다. 《前漢書 司馬相如傳》 곤붕(鯤鵬) 북명(北溟)에 크기가 몇 천 리인지 알 수 없는 '곤(鯤)'이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그 물고기가 변하여 '붕(鵬)'이라는 새가 된다고 한다. 《莊子 逍遙遊》 봉황이……숨으랴 훌륭한 인재가 숨지 않을 것이란 의미이다. 단혈산(丹穴山)은 봉황이 산다고 하는 전설적인 산으로 단산(丹山)이라고도 한다. 《山海經 南山經》 백제성(白帝城) 사천성 봉절현(奉節縣) 동쪽 백제산에 있는 성으로, 매우 높고 가파른 모습이 두보(杜甫)의 시 〈백제성최고루(白帝城最高樓)〉에 잘 나타나 있다. 바람과……만났네 성군(聖君)과 어진 신하가 만났다는 의미이다. 《주역》 〈건괘(乾卦) 문언(文言)〉의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좇는다.[雲從龍, 風從虎.]"라는 말에서 나왔다. 큰……것이요 높은 관직에 오를 것이라는 의미이다. 진(晉)나라 왕돈(王敦)이 반란을 일으켰을 적에 상서 좌복야(尙書左僕射) 주의(周顗)가 좌우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금년에 도적놈들을 죽이기만 하면 말만큼 큰 금인을 팔뚝에 차리라.[今年殺諸賊奴, 取金印如斗大繫肘.]"라고 하였다. 《晉書 卷69 周顗列傳》 허리춤에……늘어뜨리리 지방관이 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한서》 〈엄조전(嚴助傳)〉에 "폐하는 사방 한 치의 도장과 한 장 두 자의 인끈[丈二之組]으로 외방을 다스리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견자(犬子) 사마상여의 아명(兒名)이다. 사마상여는 전국 시대 조(趙)나라 인상여(藺相如)를 사모하여 훗날 스스로 '상여'라고 개명하였다. 《史記 司馬相如列傳》 자획이……분별하네 글씨가 마멸되어 온전하지 않은 것을 비유한 말이다. 송나라 소식(蘇軾)의 〈석고가(石鼓歌)〉 시에 "흐릿하여 반은 이미 흉터나 굳은살 같고, 구불구불한데 그래도 발꿈치와 팔꿈치는 분별할 수 있네.[模糊半已似瘢胝, 詰曲猶能辨跟肘.]"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