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1659, 36세) 봄 응지상소(應旨上疏)를 짓고 점을 쳤는데 둔괘(屯卦)와 둔괘(遯卦)의 점괘를 얻었으므로 올리지 않았으니, 감회가 있어 짓다145) 己亥春。應旨筮疏。遇得屯遯不進。感而作。 시절에 상심하여 슬피 흘리는 눈물 은연중에 소매를 적시니한 폭의 소장(疏章)에 작은 마음 쏟아 냈네시내 건너에 사는 고사(高士)의 비웃음 면하기 어려우나146)해를 향하는 해바라기의 마음 금할 수 없네147)가의(賈誼)【'의(誼)'는 '생(生)'이 되어야 할 듯하다】는 교분이 얕았으나 말은 부질없이 절실하였고148)주자(朱子)는 상소를 불태웠어도 뜻은 또한 깊었다네149)온종일 대나무 창가에서 부질없이 북쪽을 바라보니천지를 돌아봄에 짙은 구름 뭉쳐 있네. 傷時哀淚暗垂襟一幅封章寫寸忱難免隔溪高士笑不禁傾日野葵心賈誼【誼恐乍生】交淺言空切晦老疏焚意亦深盡日竹窓空北望乾坤回首結層陰 기해년……짓다 1659년 구언(求言)에 응하여 〈만언소(萬言疏)〉를 지은 후, 상소의 길흉을 점쳐 둔괘(屯卦)와 둔괘(遯卦)의 점괘를 얻자 상소 올리는 일을 포기하고 지은 시이다. 《韓國文集叢刊解題 南圃集》 둔괘는 고난을 만나 형통하지 못한 것을 상징하는 괘이며, 둔괘는 좋지 못한 세상을 만나 군자가 은둔하는 것을 상징하는 괘이기 때문이다. 시내……어려우나 세상에 대한 명성을 추구하다가 은거하는 선비의 비웃음을 산다는 말이다. 북송(北宋) 사람 장영인(張詠人)의 시 〈도중(途中)〉에, "인정이 다하여 관직의 영화로움 무거우니, 내가 동쪽으로 돌아감에 작은 길이 맞이하네. 옛 시내 고사(高士)의 비웃음을 면치 못하니, 천진(天眞)을 모두 잃고 헛된 명성만 얻었네.[人情到底重官榮 見我東歸夾路迎 不免舊溪高士笑 天眞喪盡得浮名]"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해를……없네 '해바라기'는 항상 해를 향해 피므로, 이로 인하여 임금에게 충성을 바치고자 하는 정성을 뜻한다. 《삼국지(三國志)》 권19 〈위지(魏志) 진사왕조식전(陳思王曹植傳)〉에, "해바라기 잎은 태양을 향하니, 태양이 비록 그쪽으로 방향을 돌려 비춰 주지 않더라도 태양을 향하는 것이 해바라기의 정성이다.[若葵藿之傾葉 太陽雖不爲之回光 然向之者誠也]"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가의(賈誼)는……절실하였고 한 문제(漢文帝) 때 참소(讒訴)를 입어 장사왕 태부(長沙王太傅)로 좌천된 가의(賈誼)가 흉노의 변경 침입 및 제후의 발호로 인한 국가의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치안책(治安策)〉을 올린 일을 말한다. 이 글에서 가의는 시사의 문제점으로 통곡할 만한 일 하나, 눈물 흘릴 만한 일 둘, 장탄식할 만한 일 여섯 가지에 대한 대책을 진언하였다. 《漢書 卷48 賈誼傳》 주자(朱子)는……깊었다네 송 영종(宋寧宗) 때 간신 한탁주(韓侂胄)가 재상 조여우(趙汝愚)를 축출하자 군소(群小)들이 날뛰므로 주희(朱熹)가 소장을 올려 극언하려 하였다. 이에 문인들이 안위를 걱정하여 극구 말렸지만 그 뜻을 꺾을 수가 없자, 채원정(蔡元定)이 점을 쳐서 결정하자고 청하였다. 점을 친 결과 둔괘(遯卦)가 가인괘(家人卦)로 변하는 불길한 괘가 나오자 주희는 그 상소를 불태워 버리고 둔옹(遯翁)이라 자호하였다. 《朱子大全 附錄 卷6 年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