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깬 뒤 자조(自嘲)하며 醒後自嘲 정밀한 쇠를 무수히 제련하여 용천(龍泉)37)을 주조하니틈 사이로 새어드는 달빛 그림자가 하늘까지 비치네술잔 가득한 맑은 죽엽(竹葉)38)을 쪼개어하단전(下丹田)이 황폐해져 버리는 것을 면하게 하리39) 精金百鍊鑄龍泉隙月斜明影射天斫破滿樽淸竹葉免敎荒却下丹田 용천(龍泉) 보검의 이름이다. 진(晉)나라 때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늘 보랏빛 기운이 감돌기에 장화(張華)가 예장(豫章)의 점성가(占星家) 뇌환(雷煥)에게 물었더니 보검의 빛이라 하였다. 이에 풍성(豊城) 감옥터의 땅 속에서 춘추 시대의 보검인 용천과 태아(太阿)를 얻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晉書 卷36 張華傳》 맑은 죽엽(竹葉) 원문은 '청죽엽(淸竹葉)'이다. '죽엽(竹葉)'은 술 이름으로 죽엽청(竹葉淸) 또는 죽엽청(竹葉靑)이라고도 하는데, 전하여 미주(美酒)를 가리킨다. 《주보(酒譜)》에 의하면, 창오(蒼梧) 지방에서 술을 빚을 때 청결을 위해 죽엽을 섞어 빚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술잔……하리 '하단전(下丹田)'은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세 곳의 단전 중 하나로, 배꼽 아래 한 치쯤 되는 곳을 일컫는다. 김만영이 술에서 깬 뒤, 앞으로는 술을 절제하여 단전(丹田)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峯類說)》 권18 〈외도부(外道部)‧수양(修養)〉에, "상고하건대, 《도경(道經)》에서 말하는 단전(丹田)은 하단전(下丹田)을 가리켜 말한 것이 많다. 당나라 유허백(劉虛白)은 술을 좋아하였는데 시를 지어 말하기를, '취향(醉鄕)에는 호세(戶稅)가 없음을 알겠으니, 하단전이 황폐해지는 대로 내버려두네.'라 한 것이 이것이다.[按道經所謂丹田 多指下丹田而言 唐劉虛白嗜酒 有詩曰 知道醉鄕無戶稅 任他荒却下丹田是已]"라 한 대목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