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제(從弟)가 사암산(莎巖山) 아래에 작은 정자를 지으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멋대로 써서 부치다. 聞從弟將構小亭于莎巖山下。謾筆以寄。 들판 넓고 강 굽어 푸른 산 휘감으니푸른 잔디 자란 바위 가 작은 낚시터 사이라네하늘이 좋은 땅 아끼는 것 어찌 뜻이 없으리오사람들 그윽히 살 곳 부족한데 홀로 염치없이 차지하였네여울은 원망하는 소리 내보내 멀리서 온 객 꾸짖고75)새는 맑은 생각 머금고서 시 짓느라 센 머리76) 한스러워하네마름풀 옷과 연잎 옷 입은 자77)에게 말 전하노니반평생 누린 한가함을 그대에게 기꺼이 나누어 주겠는가 野闊江盤繞碧山靑莎巖畔小磯間天慳勝地寧無意人欠幽棲獨厚顔灘送怨聲誚遠客鳥含淸思恨詩班寄言芰製荷衣子肯許分君半世閒 여울은……꾸짖고 여울이 산속의 고요함을 지키기 위해 꺼림칙한 물소리를 내어 멀리서 찾아오는 외부인을 쫓아낸다는 의미다. 시……머리 원문은 '시반(詩班)'으로, 곧 '시반(詩斑)'을 말한다. 시를 짓느라 노심초사하여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진 것을 말한다. 당(唐)나라 중이 지은 시에 '시를 짓다가 머리털이 희끗희끗해졌네.[髮爲作詩斑]'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 《山堂肆考 卷127 詩斑》 마름풀……자 원문은 '기제하의자(芰製荷衣子)'다. 은자(隱者)를 가리킨다. 남조(南朝) 송(宋)나라의 주옹(周顒)이 은거를 그만두고 조정에 나가자 벗 공치규(孔稚圭)가 그를 비난하며 지은 〈북산이문(北山移文)〉에, "그동안 입고 있던 마름풀 옷을 불살라 버리고 연잎 옷을 찢어 버린 채, 먼지 낀 얼굴을 뻣뻣이 치켜들고서 속된 모습으로 마구 달려 나갔네.[焚芰製而裂荷衣 抗塵容而走俗狀]"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